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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공부/성인 ADHD

정신과 두 번째 진료 (feat. 콘서타 1주일 복용 후기)

by KingBo 2022. 12. 28.

콘서타의 주 성분, 메틸페니데이트

지난번 글에서 말했듯, 나는 첫 진료에서 콘서타 18mg을 받아와 1주일간 복용했다.

 

그 효과는 확실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렇게 공부를 안하던 내가 엄청나게 공부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그 시간 동안만큼은 다른데로 눈이 돌아가지 않았다. 단적으로, 예전에는 핸드폰을 방해금지모드에 놓아서 배경화면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열어보면 무언가 알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폰을 보다가, 그러다가 유튜브나 게임으로 넘어가고는 했다.

 

그러나 콘서타를 먹고 나서는, 알림이 눈에 보여도, 조금 있다가 봐야지 라고 하는 생각이 가능해졌다. 참을성이 확 늘어난 느낌이다.

 

이 느낌은 공부할때만으로 국한되지 않았다. TV를 보면서도 핸드폰을 계속 찾았던 나인데, 이제는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의사 선생님께서 내 체중을 고려할 때, 54mg까지 천천히 올릴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18mg에서 이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플라시보 효과는 아닐지, 이때까지 그저 내 의지가 부족했던건 아닐지 하는 의구심들도 생겼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1주일이 흘러 어제 진료를 받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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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진료에서의 목표는 크게 두가지였다.

1. 의사선생님께서 요청한 자료 보여드리기

2. 1주일간 생긴 궁금증 해결하기

 

<의사선생님께 자료 보여드리기>

 

우선 의사선생님께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12살때 정신과에서 종합검사를 한 기록을 볼 수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이외에 ADHD 외적으로 수면장애 관련하여, 수면일지를 1주일간 써오라고 하셔서 세 서류를 준비해 갔다.

 

생활기록부에서는 뚜렷한 특징은 없는듯 하였다. 다만, 12살때 정신과에서 종합검사를 받은 기록이 있는데, 그 기록을 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선, 역시 12살때 한 검사에서도 ADHD 관련된 거의 모든 수치가 정상 범주로 나왔다. 한편 지능은 여러 수치가 130 이상으로 나왔고, 종합 지능은 126, 잠재 지능 130 이상으로 나왔다. 나 생각보다 머리 엄청 좋은 것 같다. 흔히 얘기하는 표준편차 24 기준 148인 멘사 가입 기준이 표준편차 15에서의 130이다. 나 멘사 가입 가능? ㄷㄷ

 

아무튼, 그당시의 소견 또한 인지능력 및 수행능력, 집중력이 또래집단 기준에서는 정상 범주이나 본인의 다른 지능과 비교하였을때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확인하신 의사선생님께서는 충분히 ADHD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머리가 정말 좋아서 CAT 같은 검사는 커버가 되고 학업 성적도 커버가 되는거지,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이 충분히 있고, 기타 다른 부분을 종합적으로 봤을때 ADHD라고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수면일지 얘기는, 다음에 수면장에 극복기를 한번에 몰아서 써보려고 한다. 여기서는 딱히 다루지 않겠다.

 

<1주일간 생긴 궁금증 해결하기>

각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변을 요약해서 남기려고 한다.

 

Q1. 콘서타를 먹고 달라지긴 했는데, 이게 약의 효과인지 플라시보인지 모르겠어요.

A1. 콘서타는 분명 효과가 강한 약입니다. 약효가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극미량을 먹어도 효과가 나타나는 약인만큼, 본인이 달라진걸 느끼셨다면 그것은 콘서타의 효과가 분명히 작용했을 것입니다.

 

Q2. 추후 학사장교를 지원하고자 하는데,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A2. 이 부분은 병무청에 문의하시는게 좋겠습니다..

Q3. 실비보험을 수령하고자 하는데, 이 부분에서 기록이 다르게 남는게 있는지?

A3. 법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 어디서 연락이 온다고 해도, 환자가 자살 또는 타살의 위험에 처했거나, 흉악범죄를 저질러서 법원으로부터 요청이 온 경우가 아닌 이상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할 생각도 없고, 의사면허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 리스크를 안고 위반할 이유도 없습니다. 한편 이 부분도 각 보험사에 문의하시는게 더 좋겠습니다..

 

Q4. 12살 진단서에도, 지난번 상담때 하신 말씀에도 스트레스 레벨이 높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A4. 그게 뭐 문제는 아닙니다. 그냥 본인이 스트레스에 둔감하다는걸 알고, 웬지 모르게 일이 잘 안되거나 머리가 잘 안돌아갈 때, 멍때리는걸 추천드립니다. 뇌가 가만히 있을 때 무엇을 하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멍때리는게 필요합니다.

 

Q5. 약 복용시 별다른 주의사항은 없습니까? 일단 크리스마스에 술을 마신다고 안먹긴 했는데..

A5. 딱히 없습니다만, 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간에 무리가 가는 음식이나 한약 등은 섭취하지 않는걸 권장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술을 드실 때, 한두잔 정도는 괜찮을 것 같고, 달린다! 라고 하시면, 그날 아침 콘서타는 드시고, 다음날 아침 콘서타는 다음날 아침 숙취의 정도에 따라 판단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취침 전에 수면장애를 위한 약은 술을 많이 마신 경우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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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이런저런 상담을 하고, 진료를 보고 왔다.

 

이번주에는 콘서타를 27mg으로 증량했다. 수면장애 약은 내가 느끼기에 좀 많아서 아침에 힘든것 같아 절반으로 줄였다.

 

이제야 공부가 제대로 되고, 일상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면서, 이번 변리사 시험의 합격은 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거, 끝까지 열심히 해봐야지. 어차피 이번 시험에 불합하더라도, 곧바로 내년 시험도 도전할거니까.

 

그리고 또, 이제 공부가 제대로 되다 보니, 내가 반드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정도 집중력에 이정도 머리라면, 해낼 수 있는게 당연한 것 아닐까?

 

그간 집중력 때문에 억까당했던 23년이 억울하면서도, 23살에라도 이 문제점을 직시하고 해결해나가고 있다는게 다행으로 느껴진다.

 

나는 내 집중력 이슈를 해결하고, 내 능력을 살려서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ADHD를 빠르게 교정해나가고싶다.

 

약물도, 생활습관개선도, 상담과 진료도 제발 나한테 큰 힘이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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